장화,홍련

작성자  
   achor ( Hit: 1270 Vote: 12 )
File #1      ataleoftwosisters.jpg (30.1 KB)   Download : 9
장르      공포
감독      김지운
장화,홍련

A Tale of Two Sisters|acBlock|인적이 드문 시골, 이름 모를 들꽃들이 소담하게 피어 있는 신작로 끝에 일본식 목재 가옥이 홀로 서 있다. 낮이면 피아노 소리가 들려 올 듯 아름다운 그 집은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 귀기 서린 음산함을 뿜기 시작한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서려 있는 이 집에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아름다운 두자매. 수미.수연이, 아름답지만 신경이 예민한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된 그날. 그 가족의 괴담이 시작된다.

수연.수미 자매가 서울에서 오랜 요양을 마치고 돌아 오던 날. 새엄마 은주는 눈에 띄게 아이들을 반기지만, 자매는 그녀를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함께 살게 된 첫날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가족들은 환영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린다. 수미는 죽은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 무현과 동생 수연을 손수 챙기려 들고, 생모를 똑 닮은 수연은 늘 겁에 질려 있다. 신경이 예민한 은주는 그런 두 자매와 번번히 다투게 되고, 아버지 무현은 그들의 불화를 그저 관망만 한다. 은주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며 집안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미가 이에 맞서는 가운데, 집안 곳곳에서 괴이한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acBlock|고전비극 <장화홍련전>의 복원.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은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두 자매가 계모의 음모로 억울하게 죽어 원혼이 된다는 전형적인 계모형 가정 비극. 영화<장화, 홍련>은 고전<장화홍련전>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현대에 복원시킨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의 번안이나 각색이 아니라, 모티브만 차용해 완전히 재창조한 새로운 이야기. 순진하리만치 단순한 선악대립구조의 원전과는 달리, 새엄마는 젊고 아름다우며, 자매를 미워하지만 완벽한 가정을 꿈꾸기에 계략따윈 꾸미지 않는다. 두 자매는 어딘지 음울하고 당돌하며, 사춘기 소녀 특유의 불안정한 심리로 가득하다. 원전의 모티브는 그대로 살렸지만, 캐릭터들은 완전히 재창조됐다. 전형과 비전형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이들 주인공들은 그래서 원전의 전형적인 플롯을 따르지 않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개한다. 원전이 비극적인 가족사와 권선징악의 내러티브를 강조했다면, 영화<장화, 홍련>은 선악이 모호한 가족관계 속에 도사린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공포와 미스터리를 강조한다.

'가족관계 속의 숨은 공포'를 벗겨내는 이야기 - 가족괴담

" 한밤중에 거실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엄마 뭐해'라고 묻는데, 돌아본 엄마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 " 우스개처럼 떠돌지만 어쩐지 섬뜩한 이 괴담은 영화<장화, 홍련>의 핵심적인 공포를 대변한다. 소녀답지 않게 음울하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친밀한 두 자매. 병적으로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젊은 새엄마. 표정 없이 늘 가족들을 관찰하는 아버지. <장화, 홍련>의 가족 관계는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표면적으론 계모와 전처 자식 간에 벌어지는 전형적인 신경전으로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그들의 증오는 엽기적이고 의뭉스런 비밀 투성이다. 그 비밀이 서서히 벗겨지면서 그들 사이의 긴장이 섬뜩한 공포로 대체되고,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로 돌변한다. <장화, 홍련>은 가족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관계가 훼손되면서 가장 공포스런 관계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족괴담이다.

또 하나의 주연, '귀신들린 집' - 최초의 한국형 하우스호러

<아미타빌의 저주>, <헌티드힐>, <더 헌팅>, <디아더스>... 많은 서구 공포 영화들에서 '귀신들린 집'은 단골소재이자 집 자체가 공포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그러나 기존 국내 공포 물에서 '귀신들린 집'은 주인공인 귀신이 활약하는 배경 정도의 역할이 고작. 영화<장화, 홍련>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집 자체를 공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외딴 시골 마을, 저수지와 숲으로 둘러싸인 음습한 장소에 자리한 일본식 목재가옥. 철저히 고립된 <장화, 홍련>의 집은 집 안팎의 모양새가 몹시 그로테스크하고 요기가 서려있는 '귀신들린 집'이다. 이 집은 두 자매의 가족을 공포로 자극하고, 마침내는 가족들 사이에 감춰진 공포스런 비밀을 들춰내는 주체적인 공간으로 작용한다. 영화<장화, 홍련>은 '귀신들린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공포에 의해 몰락하는 한 가족을 그린, 최초의 한국형 하우스호러다.

본문 내용은 7,74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ae_dbfilm/17
Trackback: https://achor.net/tb/ae_dbfilm/17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achor
오랜만에 Film란을 채우곤 있지만 이번 장화, 홍련은 사실 좋게 본 영화가 못 된다.
들은 바대로 강렬한 원색과 화려한 문양의 장면 하나하나는 꽤나 아름다웠지만 나는 감독에게 커다란 배신감과 깊은 실망만을 안았을 뿐이다.

장화, 홍련의 문제는 영화가 너무 가증스러웠다는 점이었다.
영화는 공포영화를 표방하며 공포영화의 두 갈래인 잔혹과 혼령, 두 부분을 모두 취하고 있었으나 사실은 그 둘 아무 것도 아니었다. 피가 난자한 포스터에서는 잔혹성을, 그리고 살짝살짝 비치는 귀신의 존재는 혼령의 공포를 의도하였나 본데 영화는 한낱 별 것 없는 스릴러물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영화가 끝났을 때 어처구니가 없었다. 영화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게 다 구라였다, 그냥 한 미친 인간의 상상이었다며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
물론 그간 심각한 반전을 거듭하다 보니 이제 왠만한 반전은 성에 차지 않는 관객들을 위해 반전의 쌩쇼는 이전에도 있어왔고, 또한 괜찮은 평을 받아왔다. 반전에 반전을 한다든지, 시간을 거슬러가며 반전을 한다든지 또는 이번처럼 니가 본 모든 게 구라라고 반전을 한다든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the sixth sense나 the others 같은 영화들이 마지막 경우에 속하는데 그런 영화들이 괜찮은 평을 받았다 해도 이 장화, 홍련과의 차이는 분명 있다.

적어도 the sixth sense나 the others는 불필요한 공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장화, 홍련처럼 전혀 잔혹하지도 않으면서 포스터를 최대한 잔혹하게 만듬으로써 영화가 피가 난자한 잔혹극 형태를 지닌 것이란 기대감을 관객들에게 요구하지도 않았고, 또 누구라도 상관 없을 귀신을 개연성 없이 삽입시키지도 않았다. 나는 영화를 보며, 그 귀신의 정체를 궁금해 했으나 사실 그 귀신이 누구든 별 상관이 없던 거였다. 수연, 수미의 친엄마든, 100년 전 죽은 일본인이든, 옆집 할머니든.

장화, 홍련은 영화 내외적으로 너무 포장된 느낌이다. 외적으로는 연관 없는 잔혹성으로, 내적으로는 개연성 없는 혼령으로. 그러나 다양한 공포를 추구하려던 의도와는 달리 관객을 허무하게 만들어 버렸을 뿐이다. 이런 걸로 보면 중간도 못 미칠 영화지만 화면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5점은 준다.

그렇지만 지운아.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 멍청해 보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껏 내뱉어 버린 후 '미안, 모두 구라였어, 진짠 줄 알았지? 속았지?' 그러면 좋냐? 저능아 같아 보인다. 지운아. 그러지 마라.

 2004-01-28 15:27:12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1   1   1
 드라마(7)   액션(2)   코미디(8)   로맨스(10)   에로(1)   스릴러(5) 
 공포(1)   SF(1)   스포츠(0)   애니(1)   기타(0)   공지(0) 


장화,홍련
[1]
1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3/16/2025 21:28:26